Investing.com – “미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 엘리자베스 워런 미 상원의원은 가상자산 법안을 이 한마디로 맹비난했다. 이에 전직 최고 규제당국 수장은 워런 의원이 노리는 것은 오직 자신의 권력 유지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금융 법안을 둘러싼 갈등이 이토록 인신공격 양상으로 흐른다면 이는 더 이상 조문 다툼이 아니다. 돈이 생긴 이래 계속되어 온 본질적 질문, 즉 ’자금의 흐름을 통제할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가’로 귀결된다.

현재 미국 가상자산 규제 논쟁의 물밑에서 뜨겁게 달아오른 질문이자, XRP가 그 한복판에 서 있는 이유다.

최근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인물의 발언이 담긴 영상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각자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타당성을 모두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이번 갈등이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다.

[비판론] 엘리자베스 워런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

비판론자부터 살펴보자. 가상자산 업계가 그의 주장을 일축하려 할지라도, 워런 의원의 논거는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최근 워런 의원은 해당 법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자산 사업과 직접 연결 지었다. 그러나 이러한 날 선 수사 뒤에는 냉정하게 따져볼수록 무게감이 실리는 고발이 자리 잡고 있다. "범죄자들은 가상자산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신원을 숨기는 특혜를 누리며 자신들의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문장을 단순한 공포 조성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을 반영한다. 한국에서 발생한 71명의 피해자를 낸 XRP 관련 사기 사건, 가짜 웹사이트, 여러 해외 거래소를 거친 복잡한 자금 세탁 경로가 바로 워런 의원이 지적한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는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가상자산 관련 사기 피해액은 약 17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워런 의원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허구가 아닌 증명 가능한 사실이다. 여기에 테러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와 이른바 ’그림자 금융’ 리스크가 더해진다. 기존 당국의 감시망 밖에서 작동하는 금융 시스템의 위험성, 즉 "위험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가 던지는 핵심 경고다.

이에 대해 완전히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심지어 이 해석은 시스템 내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에게서 나왔다. 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인 크리스 지안카를로는 규제 당국 내부에서는 좀처럼 공개적으로 언급되지 않는 솔직한 설명을 제시한다. 그의 논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도입한 대형 금융 규제법인 ’닷-프랭크 법(Dodd-Frank Act)’에서 출발한다. 지안카를로에 따르면, 이 법은 워싱턴 정가에 이전에는 결코 갖지 못했던 권력, 즉 ’자본이 경제 전반에 흐르는 방식을 정치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했다.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에 반대하는 진짜 동기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은 월가와 워싱턴 정가를 모두 우회하며, 자본 흐름의 ’문지기(Gatekeeper)’ 역할을 해온 두 집단으로부터 권한을 박탈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는 정치적 우선순위가 아닌 시장 논리가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그는 워런 의원을 겨냥해 "닷-프랭크 법을 활용해 자본 배분 권력을 쥐는 위치에 오르고자 했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의 관점에서 워런 의원의 반대는 결국 ’제도적 권력 보존’을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 비판자를 ’보호자’가 아닌 ’기득권 수호자’로 재정의하는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다. 하지만 이 매력적인 주장에도 한 가지 허점이 존재한다.

양측 모두 타당성과 이해관계를 동시에 지닌 이유

바로 이 지점에서 흥미진진해진다. 진실은 절충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에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규제 당국의 Self-preservation(조직 보존 본능)에 대한 지안카를로의 지적은 지극히 현실적인 현상이다. 특정 분야의 권력을 쥔 기관이 이를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는 점은 인간의 본성이이자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이러한 정치적 통제가 ’왜’ 생겨났는지를 은폐한다. 닷-프랭크 법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규제받지 않은 자본 흐름이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몰고 갔던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응답이었다. ’자본에 대한 정치적 통제’를 단순한 권력욕으로 치부하는 것은, 그 통제를 불러온 참사를 간과하는 짓이다.

또한 지안카를로의 영상이 친(親)가상자산 성향의 채널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워런은 권력만 탐한다"는 프레임은 가상자산 업계에 매우 편리한 논리다. 워런 의원의 뼈아픈 지적들을 반박하지 않고도 깔끔하게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을 제대로 구축한다면, 알고리즘은 피부색 따위를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코드를 인간의 편견에서 벗어난 중립적 심판으로 보는 시각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자동적으로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습 데이터 자체가 이미 편향되어 있다면 알고리즘 역시 인간만큼이나 편견을 내재화할 수 있다. ’중립적인 코드’는 희망 사항일 뿐 자연법칙이 아니다.

역으로 워런 의원에게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금융 범죄에 대한 그의 우려는 실존하며 입증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면에 기관의 이해관계가 숨어있다는 지안카를로의 의심을 온전히 털어낼 수도 없다.

두 가지 동기는 공존할 수 있다. 범죄를 진심으로 두려워하는 동시에 자신이 가진 규제 권력을 가치 있게 여길 수 있는 법이다.

이것이 이번 갈등의 씁쓸한 핵심이다.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지극히 정당한 두 가지 공포가 정면충돌하는 것이며, 양측 모두 진영 논리에 가장 유리한 이야기만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XRP는 어디에 있는가? XRP는 스스로 사태를 유발하지 않았음에도 이 격렬한 포화의 한복판에 서 있다.

미국 내에서 XRP만큼 법적 검증을 철저하게 받은 가상자산도 드물다. 오랜 기간 규제의 회색지대에 머물렀던 XRP는 법정 싸움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법적 명확성을 쟁취해 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의 관할권을 명확히 분동하는 법안이 제정된다면, XRP와 이를 활용하는 기관 투자자들은 한층 견고한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XRP 생태계는 이번 권력 투쟁의 결과에 상당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입법 전망은 어둡다. 미 상원이 이번 주 여름 휴회에 들어가는 가운데, 상원 원내대표는 해당 법안의 연내 처리 시한을 놓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해 온 신시아 루미스(Cynthia Lummis) 상원의원은 다음과 같이 공개적으로 답답함을 토로했다.

"요구하는 모든 것을 거의 다 맞춰주며 11개월 가까이 공을 들였는데, 민주당 동료 의원들이 도대체 무언가를 더 원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이번 법안이 시한을 넘길 경우 입법 성사는 수년 뒤로 밀릴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7년, 최악의 경우 2030년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결국 XRP 입장에서 이는 명확한 법적 프레임워크 구축이라는 호재가 정가의 훨씬 거대한 권력 다툼에 인질로 잡혀버렸음을 의미한다.

감시자는 누구인가?

한 걸음 물러서서 보면, 이번 갈등이 표면적으로만 법안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질은 새로운 탈을 쓴 고전적 질문이다. "자금의 흐름을 통제할 권한은 누구에게 주어져야 하며, 그 통제자는 과연 누가 감시하는가?"

  • 규제 찬성론자의 공포: 서울에서 발생한 71명의 피해자처럼, 감시 부재를 악용한 금융 범죄가 활개 치는 세상

  • 규제 반대론자의 공포: 소수 권력자가 자본 접근권 자체를 통제하고 선별하는 세상

우려스러운 대목은 두 가지 공포 모두 타당하다는 점이다. 완전히 방치된 시스템은 범죄를 부르고, 완전히 정치화된 시스템 역시 다른 방식의 오남용을 초래한다.

어느 한쪽을 영웅으로 추대할 필요는 없다. 이 싸움이 이타적 명분이 아닌 각자의 이해관계가 걸린 두 개의 실존적 위험의 정면충돌임을 인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XRP는 이 싸움의 영웅도, 악당도 아니다. 판돈으로 올려진 자산일 뿐이며, 그 미래는 두 가지 공포 중 어느 쪽이 승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향방은 차트 위가 아닌, 이제 막 막을 올린 권력 투쟁 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면책 조항: 본 기사는 정보 제공만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과거 성과가 미래 수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모든 투자에는 리스크가 따릅니다.

저자 소개: Marco Oehrl은 인베스팅닷컴 독일(Investing.com Deutschland)의 수석 분석가로, 25년 이상의 실전 시장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주력 분야는 투자 시장의 미래다. 계량적 데이터 모델(ProPicks)과 비트코인·리플 등 가상자산에 대한 펀더멘털 분석을 결합하여 시장을 조망한다.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 감정 배제 분석으로 기관의 투자 전략을 해독함으로써 금융 및 가상자산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실질적인 정보 우위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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